‘영끌’ 했던 대출의 속박

코로나19 사태가 낳은 ‘영끌족’에게 출구는 있는가?

 

전염병으로 다가왔던 ‘코로나19 사태’. 급속한 냉각상태에 치닫던 경기를 유지하고자 전 세계의 주요 정부는 자국민에게 재난소득을 제공했고 금리를 낮추며 기업에도 유동성을 공급했다. 방역에 쏟아부은 노력과 함께 공급된 유동성은 급한 불을 끄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동시에 유동성이 만들어낸 인플레이션이라는 늪에 빠지게 되었다. 정부가 지급한 유동성 외에도 금리가 낮다 보니 대출을 통한 유동성이 추가로 가계와 기업에 제공되었고 금리가 급등하며 금융시장은 요동쳤다.

 

 

 

 

 

금융시장은 공급자와 소비자 중 누가 주도권은 누가 쥐고 있을까? 행정부의 재정 정책과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에 의해 움직이는 금융권의 특성상 공급자가 주도권을 가지고 있다고 보는 게 일반적이다. 그렇다면 재화의 거래가 이루어지는 재화 시장에서는 공급자와 소비자 중에서 누가 주도권을 가지고 있을까? 재화의 양이 부족했을 때는 공급자가 주도권을 가졌으나 재화나 서비스의 공급이 늘어나면서 거의 모든 분야에서 소비자가 주도권을 쥐게 된다.

 

 

 

 

 

소비가 꾸준하지 않다면 공급자가 생산한 재화는 재고로 쌓이고 유동성(돈)이 막히면서 공장의 설비가 멈추게 된다. 재화나 서비스의 공급과 동시에 소비가 균형을 맞추며 살아나야 경기가 풀리기에 결국 소비가 늘어날 수 있는 여건이 되어야만 이로 인해 살림살이가 나아진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소비를 주도적으로 하는 연령대를 알아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소비에 있어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20~40대다. 그중에서도 30~40대가 주요 소비층이다. 취업의 어려움으로 인해 줄었다고는 하나 결혼을 하여 가정을 이루고 출산과 교육, 주택 구입 등에 많은 비용을 들여 소비하는 연령대가 30~40대다. 그만큼 이들은 우리나라 소비시장은 물론 경제에서 중요한 존재다. 그런데 최근 한국은행 조사국에서 나온 보고서에 따르면 금리가 인상되면서 30~40대가 소비를 가장 많이 줄인 걸로 알려졌다.

 

 

 

 

 

코로나로 인해 Fed에서 시작된 낮은 금리와 함께 과도하게 풀려버린 유동성은 달러 가치의 하락으로 이어졌고 원화 가치가 일시적으로 상승했다. 원화를 안정화하려면 금융시장과 소비시장에 원화를 공급해야 했다. 결국 달러의 유동성이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에 유동성이 늘어나자 물가상승과 함께 주택가격이 상승했다. 주택시장의 반응에 더 오르기 전에 주택을 구매하자는 분위기가 무주택자 사이에 조성되었다.

 

 

 

 

 

이때 대출을 최대한 사용해서 주택을 구입한 사람들에게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서 마련한 돈으로 주택을 구매했다는 의미)족’이라는 호칭이 붙었다. 주택 구매를 서둘렀던 영끌족이 주로 사들인 주택은 아파트였다. 2023년을 전반적으로 봤을 때 아파트를 중심으로 주택가격은 상승했지만 23년 12월을 기점으로 지난주까지 14주간 연속 전국의 아파트값은 하락했다. 전세 가격은 41주 연속 하락하고 있으니 부동산시장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하락에 더욱 무게감이 실린다. 아파트 가격 강세론을 펼쳤던 전문가들도 강보합으로 한발 물러섰다. 이는 경기 침체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부분이다. 금융시장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이유다.

 

 

 

 

 

일부에서는 금리 인상으로 인해 소비 대신 저축을 많이 했다는 의견도 있으나 저축의 비율이 크게 상승하지 않은 것을 보면 실질적인 이유는 금리 인상으로 인해 발생한 이자가 늘어나서라고 보는 게 현실적이다. 주택 구입에 많은 돈을 사용한 영끌족의 다수가 30~40대로 보이는 상황에서 금리 인상에 따른 변화가 소비시장에 영향을 주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때 ‘영끌족’이라는 단어가 만들어지면서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발생한 유동성이라는 폭약에 언론의 주도로 만들어진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과 더 오르기 전에 사야한다는 조바심이 모여서 만들어낸 자산 버블이라는 폭탄에 금리가 뇌관으로 작동되며 시한폭탄의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에 대한 정부의 대응도 만기가 다가오는 대출을 연장해주는 것 외에는 거의 없어 보인다. 감세로 인해 수입과 지출이 감소하면서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재정 정책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그렇다고 영끌족의 수입이 늘어 대출을 갚아가기도 어렵다.

 

 

 

 

 

금리가 상승하면서 가계 전반적으로 과거 대비 상대적으로 저축이 늘어나기는 했으나 소비의 감소세가 뚜렷했다. 앞서언급한대로 다른 세대보다 30~40대가 가정을 이루면서 지출하는 비용이 크다 보니 경기순환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다. 당연히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는 과정에서 소비가 감소된 것이다. 더불어 금리가 인상되면서 늘어난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대출원금의 일부를 상환하는 등 고금리의 영향을 피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또 앞으로의 금리변화에 따라 소비시장이 어떻게 움직일 거라는 것을 예견한다고 볼 수 있다.

 

 

 

 

 

영끌족의 상징이라고 여겨지는 20~40대가 가지고 있는 가계부채로 인해 우리나라 경제의 건전성이 위협받는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가운데 기존의 부채 규모가 위험한 상황인데도 현 정부는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을 돕는다며 또다시 부채를 짊어지도록 권하고 있다. 바로 ‘신생아 특례대출’이다. 1월 29일부터 시작되어 신청금액이 3조 4천억 원(2월 21일 기준)에 육박했다.

 

 

 

 

 

정책이 가진 의도는 무주택자가 주택을 사들이도록 만드는 의도였으나 의외로 75%의 수요가 대환대출에 초점을 맞췄다. 기존 대출을 이용하는데 발생하는 금리에 부담을 느끼는 가계가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정부도 이러한 상황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으나 어떻게든 하락추세의 부동산 시세를 어떻게든 막아보려고 이런 제도를 시행하는 것이라고 보인다. 참으로 억지스러운 모습이다. 정부나 공공기관이 자산을 가지지 못한 이들에게는 빚을 안기고 자산을 가진 이들의 이익을 보전해주려는 모습으로 보여 안타깝다. 우리나라에서는 대출해주는 은행의 잘못을 지적하기보다 빚을 진 사람에만 책임을 물어 주택으로 인해 발생한 빚이 그들을 끝까지 따라다니며 괴롭힌다. 집을 포기함과 동시에 빚이 줄어들어 대출을 잘못해 준 은행에게도 책임을 지도록 하는 USA와는 다른 모습이다. 금융은 소수의 자본가를 위한 것이 아닌 ‘공공재’라고 강조했던 현 정부의 주요 인사들이 계속 이런 형태로 금융정책을 이어갈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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