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2023-10-13 금요일 작성완료: 21:30 게재완료: 21:35 작성: 편집부
‘도장 깨기’라는 말이 있다. 자신이 닦은 무예가 강하다는 것을 뽐내기 위해 최고수(最高手, 이하 고수)가 있는 무도장(武道場, 이하 도장)으로 찾아가 맞붙으며 자신의 무예가 더 강하다는 것을 자랑하는 행위다. 이때 중요한 점은 도전자가 고수가 있는 도장으로 찾아가서 대련을 요청한다는 것이다. 고수가 굳이 검증되지 않은 도전자를 거들떠볼 필요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자신만만한 도전자가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방법이기도 하다. 또 고수가 있는 도장에서 도전장을 던지고 대결을 통해 도장의 1인자를 꺾는 것이 드라마틱하면서도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는 결과를 가져오다 보니 자신만만할수록 상대를 찾아가 도전하고 대결을 하는 게 일반적이다. 주로 무도(武道)계에서 사용되었던 ‘도장 깨기’의 용어가 실력을 겨룬다는 의미로 부각이 되면서 요리, 정치, 춤, 노래 등 다양한 분야의 실력을 겨루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실력을 겨룬다는 것도 흥미롭지만 긴장감을 준다는 점에서 ‘도장 깨기’는 사람의 관심을 받는다. 최근에 정치판에서 이런 도전장을 던진 이가 있다. 이를 보고 필자가 붙인 명칭은 ‘계양을보다는 분당갑’이다. 분당갑을 지역구로 하는 국회의원(도전자)이 계양을을 지역구로 하는 국회의원에게 SNS로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다만 안타까운 점은 도전자가 호기로운 척하며 도전은 던졌으나 지는 것에 불안했는지 상대의 지역구인 계양을로 가지 않고 자신의 지역구인 분당갑에서 붙어보자고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분당갑 의원이 계양을을 얼마나 두려워하는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도전자가 찾아가지 않고 자신에게 오라는 경우가 있나 싶다. 풉~
품격을 넘어 최소한의 예의도 없는 행동이라 생각된다. 예전에 비슷한 일이 있었다. 2004년 4월 9일에 치러진 총선이다. 대선후보였던 정치인이 출마를 선언하자 이를 잡으러 자객이 등장한다. 울산이라는 자신의 철옹성 같은 지역구를 버리고 자객이 대선후보 출신의 정치인과 맞붙으러 갔었던 곳은 동작을이었다. 대선에서 패배한 정치인이 총선에서 동작을에 출마한다고 하자 당시 여당에서는 일명 전략공천이라는 미명으로 울산에서 터줏대감 노릇을 하던 자객을 보낸 것이다. 자객으로 갔던 그는 자신의 재력을 뽐내며 선거운동을 했고 대선후보였던 유력정치인을 당당히 꺾고 동작을에서 국회의원이 된다. 성공적으로 임무를 완수한 것이다.
자객에 의해 치명상을 입은 대선후보 출신의 정치인은 한동안 활동하지 못했다. 언론에서는 그의 패배마저 짧게 다뤘고 자객의 승리를 부각했다. 여론의 중심에서 그가 사라지자 대중의 기억 속에서 점점 잊혔고 그의 존재감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이후에도 국회의원에 도전하지만 뚜렷한 활동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시간이 흘러 자기 고향에 가서 겨우 국회의원에 복귀하지만 예전만한 인기를 누리지는 못했다. 환경이 그렇다보니 재기의 발판이 되기에는 어려웠다. 오히려 그의 정치적인 한계성만 두드러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후 정치적으로 잘못된 판단을 하면서 최근 선거에서는 고향에서마저 떨어지며 대선후보 출신이라는 경력만 있을 뿐 정치인으로서의 뚜렷한 활동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누구나 그렇듯 퇴장 수순을 밟고 있는 거다.
도전이라는 것은 이런 것이다. 분당갑을 가지고 있는 도전자가 계양을에 있는 정치인과 맞붙어보고 싶다면 계양을로 가서 당당히 덤벼야 지난날 동작을에서 활약한 자객처럼 존재감이 있는 것이지 계양을을 두려워하며 자신의 지지도가 높은 분당갑으로 계양을의 국회의원에게 오라는 것은 ‘졸군(卒君)’이나 하는 짓이다. 언론에서 치장하는 정도에 따라 분당갑의 정치인이 겉보기에는 호기(豪氣)로워 보일 수는 있겠으나 세상 사람들이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떨어질 것을 걱정하여 자신의 밥그릇 걱정하느라 계양을에 가서 붙어보지도 못하는 것을 누가 모르겠는가? 호기(豪氣)로움을 뽐내다가 철없는 허세에 또다시 자신의 지역구에서 마저 밀려나 철수하지나 않을까 걱정된다. 허세로 던진 철없는 도전은 허무한 짓이지 않겠는가?
처음부터 분당갑을 놓고 싶지 않다면 나서지 말고 조용히 자신의 본분과 지역구(밥그릇)를 지키기 위해 열심히 돌아다니면 된다. 그러면 당선은 되지 않겠는가? 그럼 훗날을 기대할 수도 있고 말이다. 괜히 당차지도 않은 호기를 부려 있는척하는 허세를 부리다가 밥그릇마저 허무하게 날리면(바이든 아님) 뒤늦은 후회가 얼마나 뼈져리겠는가? 스스로를 되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계양을에 덤빌 깜냥이 되는지 말이다. 최근에 되지도 않은 깜냥으로 도움을 주겠다며 함부로 나섰던 강서구의 선거 결과가 이를 증명한다. 자신의 출신지역에 대한 이유 없는 자신감으로 선거 지원에 괜히 나서 본전도 못 챙긴 분당갑 국회의원이 분수를 모르고 함부로 나서서 가랑이 다치지 말고 자신의 지역구에 충실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선거 패배라는 결과가 남의 것이 아닌 내 것이 되었을 때 후회하지 말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