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야 문제는 환율야-2

[2025-08-02]

트럼프가 원하는 것?

그가 취임(2025.01.21.)한 지 200일이 되어가는 시점에서 그동안 양산된 여러 기사와 자료를 통해 ‘그의 의도는 무엇일까?’를 정리해봤다. 그는 취임식에서의 일성으로 ‘the golden age of America begins right now.(미국의 황금 시대를 지금 시작합니다)’라고 부르짖었다.

그가 말한 황금은 흑자(黑字, 경상수지 흑자)를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1980년대부터 40여 년간 지속된 만성적인 경상수지적자를 해결해야 할 숙제로 보고 있다. 그렇다. 트럼프가 하려는 것은 USA를 다시 경상수지 흑자의 나라로 만들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하려는 거다.

그가 지향하는 모든 정책의 방향이자 종착점이다. USA는 보호무역으로 수입을 줄이려 한다. 그래서 ‘관세’라는 협상카드를 꺼내 들었다. 상대 국가가 보복관세를 부과하더라도 수출이 수입보다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피해가 적을 거라고 말하기도 하나 과연 그럴까? 1970~80년대에 USA의 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던 비율은 40%대였다. 소비재를 생산할 수 있는 생산설비가 있었다는 거다. 이때는 전 세계에 대한 닉슨의 압박이 통했다. 플라자 합의 같은 극약처방도 통했다.

지금 USA의 GDP에서 제조업의 비율은 10% 내외다. 전략적으로 운용되는 제조업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걸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게 USA의 현실이다. 이런 상태라면 말 그대로 USA는 수출보다는 상대적으로 수입이 많으니 관세로 인한 가격 인상 요인이 영향을 줘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인과관계가 이어져 결국 물가상승이라는 새로운 인플레이션 압박요인으로 작용할 거다. 그러면 또다시 인플레이션을 누르기 위해 금리를 인상해야 할 상황에 놓이고 인상된 금리로 해외의 자본이 USA로 몰리면서 달러의 가치는 상승한다. 결국 악순환을 유발할 수 있다. 물론 그동안 리쇼어링을 통해 해외로 나갔던 제조업 일부가 회귀했고 동맹을 압박해서 해외투자를 유치했다. 그런데 USA에서 제조업이 정착하기 어려운 이유는 바로 인건비 때문이다. 1970년대부터 상승하기 시작한 인건비는 USA의 기업이 해외로 진출했던 이유다.

리쇼어링?

그리고 그동안 리쇼어링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바이든이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라는 억지를 부려 리쇼어링이 시작되었으나 USA에 새로운 투자를 하려는 해외의 기업들에게는 사실 인건비가 부담이다. 이는 결국 대부분 기업이 세운 공장의 공정은 자동화로 이어질 거라는 추측을 할 수 있다. 고용이 없는 생산시설은 예전과 같은 경제적인 파급효과를 내지 못할 거다. 트럼프는 이런 상황을 잘 알기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유형의 수출을 통한 이익보다는 무형의 숫자놀이로 한 번에 판을 뒤집으려고 한다. 2025년의 트럼프는 제조업을 성장시켜서 경상수지 흑자를 만드는 전통적인 방식은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닉슨(닉슨쇼크, 1971년)이 그랬고 레이건(플라자 합의, 1985년)이 그랬던 것처럼 달러 가치를 하락시키는 방향으로 환율을 건드려서 기술적이면서도 인위적으로 경상수지 흑자를 만들려고 한다.

트럼프의 임기가 시작되기도 전부터 ‘스티브 미란’이라는 인물이 제시한 보고서(24년 11월, 41쪽)가 주목을 받았다. 행정부의 부채 해결을 위한 협정을 동맹국과 체결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매년 늘어나는 재정적자와 부채를 줄이기 위해 USA의 국채를 보유한 나라에게 만기를 100년 이상 장기채로 스왑하도록 압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핵우산과 같은 안보 우산과 관세를 낮춰주는 조건을 협상을 통해 조율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트럼프가 동맹을 마러라고에 모이도록 해서 ‘마러라고 협정(가칭)’을 체결하고 달러의 가치를 내려 가격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이를 통해 수출경쟁력을 가지고 경상수지 흑자를 이뤄내야 부채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결국은 표현과 모습만 다를 달러 가치를 조정하기 위한 협정을 준비해야 한다는 내용이 흘려진 거다. 트럼프는 전 세계를 겁박하는 쇼를 보여주며 관세 협상을 시작했다. 흡사 우리나라의 강화도조약이나 맺어지거나 IMF 사태에 몰렸던 분위기가 연상된다. 그렇다면 관세를 무마시키기 위해 어떤 조건을 내걸까? 아마도 ‘플라자 합의’와 같은 형태로 환율협상을 하지 않을까 싶다. 언론에서 거론되는 ‘마러라고 협정’에 시진핑이 응할 이유도, 필요도 없다. 전 세계는 1985년에 USA가 원하는 대로 플라자합의를 진행했던 일본이 1990년부터 시작된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것을 30년이 넘도록 지켜보았다. 아직도 허우적대고 늪에서 나오지 못하는 일본을 보면서 어떤 나라가 USA가 원하는 대로 환율에 대해 합의를 해줄까? 냉전이 사라지면서 안보적인 위협마저 줄어든 오늘날의 세계에서 USA의 필요성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退時知

그 옛날 순자는 ‘능력이 있으면 세상이 나를 얻고자 노력할 것이고, 능력이 없으면 세상이 나를 외면할 거다.’ 누군가는 사람을 상품 취급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실상은 세상의 인심이 그렇다. 처음에는 능력이 있어 세상의 쓰임을 받았으나 이제 세상이 바뀌고 능력이 다했으니 쓰임을 못 받을 수도 있다. 달러가 그렇다. 한시절을 풍미했던 달러가 이제는 물러나도 되련만 -온갖 방법을 짜내며 억지로 패권을 유지하려하니- 이런 상황을 억지로 이어보려는 USA의 몸부림을 많은 이가 지켜보면서 오히려 안쓰러워하고 있다. 능력이 부족하면 물러날 때도 알아야 한다. 스테이블이 잠시의 숨 쉴 틈은 만들겠으나 얼마나 더 갈 수 있을까?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