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30-화 23:57]
총선이 가져다준 빚(채무)
총선이 끝난 다음 날(11일)에 우리나라의 재정 상태에 대한 충격적인 발표가 있었다. 이때 정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우리나라의 빚은 1,127조 원(2023년 12월 말 기준)이라고 한다. 정부 수립 이후 최대 규모다. 이를 계산해보면 국민 1인당 약 2,178만 원의 빚을 지고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GDP 대비 약 50.4% 수준이다. 1982년부터 관련 통계를 작성했는데 GDP 대비 50%를 넘어선 것도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정부가 빚을 줄이려고 각 부처를 대상으로 지출을 줄이도록 지시하는 강수까지 두었으나 글로벌 경기침체보다도 더 심각한 정부 감세정책 추진으로 인한 세수가 급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에 빚이 늘어나는 것을 피하기는 어려웠다.
재정의 건전성을 확인하는 지표인 관리재정수지도 적자(87조 원)를 기록했다. 이 규모는 GDP 대비 3.9% 수준이다. 도대체 대한민국에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그동안의 모든 나쁜 경제/금융기록을 모두 갈아치우는 기록 경신이 지금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그동안 ‘국가결산보고서’는 4월 10일까지 국무회의에 보고되어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총선으로 인해 하루 늦게 내용이 알려졌다. 이를 두고도 발표 결과가 여당에 좋지 않았기 때문에 일부러 늦춰서 발표했다는 추측들이 오가고 있다. 이번 정부가 들어서 정부 재정과 관련한 내용을 살펴보면 2023년에 거둬들인 세금은 기존 예상보다 약 56조 원이 덜 걷혔다. 이 또한 역대 최대 규모다. 동시에 2년 연속 세수가 덜 걷히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정부가 무리하게라도 추진하려고 마음먹었던 상속과 증여, 법인 등에 대한 감세정책은 불가능해지는 분위기다. 외부환경에 따른 경제변화로 경기가 하락하는 것은 시대적인 흐름이기 때문에 우리가 나서서 바꿀 수 없는 게 현실이겠으나 기업이 주로 납부하는 법인세의 감소는 우리가 조절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은 결과이기에 기존의 정책추진에만 몰두하지 말고 우리가 처한 현실을 인지하여 문제의 심각성을 받아들이는 자세의 전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법인은 주로 기업이다. 최근 법인세가 감소한다는 것은 정부가 줄여주는 게 주된 이유일 수 있으나 기업의 성장성이 감소하고 있다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 어쩌면 우리가 스스로 자멸해가고 있는 과정에 놓여 있을 수도 있다. 정부는 현재 보이는 하락추세가 멈출 수 있도록 문제점을 차단하고 반등시킬만한 전환점을 만들어야 하는데 정부는 원인을 잘 알면서도 부유층에 대한 감세를 유지하려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현실을 무시한 채 정책의 기존 방향을 유지하려는 몰지각한 자세가 지금의 사태를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런 상황을 보고받을 만한 자격을 가지고 앉아있는 ‘행정부 수반(이하 수반)’의 행동이다. 그는 정부의 재정 상황이 최악으로 치달았음을 이미 인지할 수 있는 위치에있다. 그런데도 그는 이번 총선 기간에 지방을 순회하며 토론회를 열면서 지방의 정책과 현안 해결을 외쳤다.
정당들은 선거기간에 걸쳐 득표를 위해 유권자의 표심을 잡으려고 구애를 한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선거공약을 쏟아진다. 문제는 그 많은 공약을 실행하는 데에 소요되는 비용이 적지 않다는 거다. 이런 이유로 일부에서는 국가의 채무를 줄이지 못하는 주요 요인 중에 하나가 선거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지적을 현실적으로 보여주려고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나라의 재정 상태가 계속 적자인 것을 뻔히 알텐데도 수반은 지방을 다니면서 선거공약 못지않은 정책공약을 남발하고 다녔다. 나라의 살림살이가 어떻게 되든 선거에서만 이기면 된다는 마인드로 나라가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이번 선거에서는 수반에게 야당은 물론 여당과 언론 일부에서도 비판이 계속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제하기보다는 광폭행보를 보이며 중앙의 내치를 다지기보다 광역자치단체를 다니며 유례없는 유사 선거운동을 펼쳤다.
수반은 지방 정부들을 다니면서 민생을 돌보는 토론회라는 이미지로 유사 선거운동에 적극적으로 임하며 지역에서 재건축 규제 완화와 지역의 현안 해결, 개발정책 등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민감한 시기에 지역발전을 위한 수많은 약속을 하고 다니며 논란을 일으킨 거다.
이 과정에서 수반은 정당들이 내놓은 선거공약 못지않게 다양한 지역 정책에 지원을 약속했다. 정책의 실행을 위해 확보해야 하는 예산이 늘어나면서 중앙정부는 부담이 가중되었다. 규제 완화는 특별히 소요되는 예산이 거의 없으나 지역의 현안을 해결하거나 개발정책을 추진하는 데에는 예산이 소요된다.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 집행의 대부분은 조세로 연결된다. 조세가 부족하면 국채를 발행해서 비용을 충당한다. 조세와 국채 발행은 시기적인 차이만 있을 뿐 국민의 호주머니나 주거래통장의 잔액에서 빼 와야 한다는 결론적 사실은 같다. 결국 산출된 채무 금액이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할당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나라의 곳간을 지키는 기획재정부로서는 난감하다. 감당해야 할 비용은 계속 증가하는데 부동산 소유주와 대형 법인에게는 감세정책을 펼치라는 수반의 지시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나라를 운영하는데 사용해야 할 세금은 지금대로라면 앞으로도 계속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 부자 감세라고 불리는 다주택자의 중과세 폐지, 금융투자 소득세 폐지, 법인세 감세와 같이 세수가 덜 걷히도록 만드는 것은 정부의 재정에 부실을 일으키는 상황을 낳는다.
세수가 덜 걷히면서 사업을 취소하거나 사업을 추진하되, 부족해진 세수의 부분을 메우려고 투명주머니라고 불리는 급여생활자와 자영업자의 소득에서 더 많은 세금을 걷어가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정부는 이익을 내는 기관이 아니기에 자율적인 납세와 타율적인 납세로 운영된다. 정부의 모든 정책은 세수를 확보하거나 국채를 발행해서 모인 자본으로 정책을 진행하기 때문에 결국은 돌고 돌아 움직이는 여러 과정을 거치는 형상처럼 보일 뿐 결과적으로 국민의 호주머니에서는 돈을 뺏어가는 거다. 정치와 정책이라는 게 잘못된 방향으로 흐르면 어떤 결과를 가져다주는지를 알 수 있게 하는 장면이다. 이런 큰 흐름으로 움직이며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나라의 금융시스템인 세금에 대해 알아봤다.